[한겨레]“2050 탄소중립 되려면, 2035년까지 발전부문 탄소중립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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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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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국제에너지기구
제공: 한겨레 태양광발전소.
IEA는 18일 발표한 ‘2050 넷제로 달성을 위한 전 세계 글로벌 에너지 로드맵' 보고서에서 2050년에는 태양광이 최대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뱅크국제에너지기구(IEA)가 18일 특별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화석에너지 공급을 위한 신규 투자를 즉각 중단하고 2040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게는 2035년을 발전부문 탄소중립 달성 시한으로 제시했다.
IEA는 이날 공개한 ‘2050 넷제로 달성을 위한 전 세계 글로벌 에너지 로드맵' 특별 보고서에서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경로는 실행 가능하지만 좁고, 에너지의 생산·운송·사용에 대한 전례 없는 전환을 요구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IEA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구체적 경로를 제시한 첫 보고서라는 점에서 발표되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는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세계가 적용 가능한 모든 청정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즉시 광범위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 설비와 풍력 발전 설비를 각각 630GW와 390GW 추가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 목표치는 2020년에 제시했던 수준에 비해 4배 많은 것으로, 태양광 발전의 경우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소를 매일 한 개 꼴로 추가하는 것과 같다. 2018년 기준 한국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7.18GW, 풍력발전은 1.42GW다.
대신 석탄발전소는 2040년까지, 특히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아임계 석탄발전소는 2030년까지 퇴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에너지 효율화에 대해서도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연 평균 4%씩 향상돼야 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 에너지 효율화 향상률 목표치는 지난 20년간 평균치의 약 3배에 해당한다.
IEA는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의 이산화탄소 감축의 대부분은 현재 가용한 기술을 통해 달성할 수 있지만, 그 이후 2050년까지는 감축의 약 절반이 현재 실증 단계나 시제품 제작 단계에 있는 기술을 통해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IEA는 각국 정부에 “연구·개발에 대한 지출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순위를 조정해 에너지와 기후정책의 핵심에 둬야 한다”고 권고하고, 첨단 배터리와 수전해(전기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 기술, 공기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저장(DACS) 등을 특히 중요한 개발 분야로 꼽았다.
또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는 일반 시민의 참여와 지속적인 지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봤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전환은 공정해야 하며 누구도 뒤에 남겨 놓아서는 안 된다. 개발도상국들은 늘어나는 인구와 경제의 수요를 지속가능하게 충족할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적 노하우를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EA는 기후위기로 인한 불평등 문제와 이런 구조 속에서는 이산화탄소 발생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봤다. 전 세계인 가운데 7억8500만명은 전기가 없이 생활하고, 26억명은 가축 배설물이나 나무, 석탄과 같이 이산화탄소와 연기를 내뿜는 연료로 조리를 하고 있는 상태다. 이때문에 IEA는 이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청정 에너지로 조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로드맵에 포함시켰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전 세계 에너지 부문 연평균 투자액의 약 1%인 400억달러가 소요되지만, 실내 공기 오염을 줄여 연간 250만명의 조기 사망자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에너지 부문에서 2030년까지 연간 5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IEA는 이 투자가 청정 에너지 분야 뿐 아니라 제조,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2030년 세계 총생산(GDP)를 현재 수준보다 4% 끌어 올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IEA 로드맵에 따르면 탄소중립에 도달한 2050년 세계는 인구는 지금보다 20억명, 경제 규모는 두 배 이상 늘어나지만 에너지 수요는 오히려 약 8% 줄어들게 된다. 로드맵은 이 때 전 세계 전기의 90%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공급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원자력 발전에 의해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체 에너지 공급의 5분의4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 연료는 5분의1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어 탄소포집 설비를 갖춘 시설 등에서만 사용되게 된다.
비롤 사무총장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데 요구되는 노력의 규모와 속도는 인류가 지금까지 직면한 가장 거대한 도전이 될 것이지만, 이런 미래로 가기 위해 IEA가 제시한 경로는 녹색 에너지 투자에 역사적인 급증을 가져와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IEA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신설 화석연료 발전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모두 퇴출해야 함을 다시 한번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며 “대형 화석연료 발전원을 보조하는 현재의 낙후된 전력시장 체계, 근거 없는 이격거리 규제 등으로 점철된 재생에너지 사업 인허가 체계를 즉시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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