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제]안영환 교수님/전문가들, 헌재 결정 고려해 NDC 수립 시 공정배분 중시해야...공정배분 감축 목표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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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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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재 기후소송 불합치 결정 세 가지 기준 중 두 가지가 공정배분과 관련

공정배분 중시하면 한국 감축량 높아져

플랜 1.5, 헌재 결정 따른다면 2035 NDC 67%로 정해야

8월 현재 판결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경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또 다른 헌법소원 제기 가능

하향식 NDC 수립 요구 확산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 결과를 고려해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시 공정배분 원칙을 중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가 나왔다.
공정배분 원칙은 한국의 감축 목표가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기여할 만한 감축량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중시하는 원칙이다.
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2035 NDC 수립 방향’ 토론회에서 헌재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헌법적 의무를 다했는지 판단할 때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헌재가 제시한 세 가지 기준 중 두 가지가 공정배분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헌재는 판결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경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하는 것이 맞지만 목표의 실효성을 검토하는 것은 헌재의 책무라고 선언했다.
또한 정부가 설정한 감축 목표가 법적인 심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한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경로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국민들은 또 다른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헌법 소원이 제기될 경우 헌재는 판결에 적용할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부합하는지 ▲ 감축 목표 설정 체계가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방식이 아닌지 ▲온실가스 감축이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첫 번째 기준이 공정배분에 해당하고 두 번째 기준도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공정 배분의 문제라며 “헌재가 공정배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NDC 수립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재는 또한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했고 이런 판단을 할 때도 이 세가지 기준을 고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헌재는 2030년 NDC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의 공정배분 몫을 산출하기 위한 국제적인 합의나 공인된 방법론이 없고 2030년 감축 목표가 미래 시대에 부담을 이전하는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이런 헌재의 판단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공정배분에 관한 방법론 협의는 이미 그 근거가 유엔 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약에 명시돼 있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과 개별국의 능력(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and Respective Capabilities)원칙과 개도국에 대한 배려 원칙, 사전 배려 원칙, 지속가능한 원칙 등이 이미 협약의 원칙으로 명시가 돼 있기 때문에 이런 원칙을 고려한 공정 배분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굉장히 활발해지고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공정배분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 이어져”
이날 토론회에서 “NDC 설정을 위한 공정배분 원칙과 적용‘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플랜 1.5의 최창민 변호사는 ”해외 주요 기후소송에서 국가의 감축 목표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해 전지구적 감축 노력에 대한 공정배분 기여도에 부합하도록 수립해야 한다는 판결이 이어졌다“며 ”우리 헌재 결정도 대세적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해외의 주요 판례로 지난 2021년 독일 헌법재판소가 독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위험이라고 판단한 사건과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을 언급했다.
독일 헌재는 독일 정부가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전지구적 감축 목표에 부합하는 기여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때 필요한 전지구적 탄소예산의 배분방식은 파리협약의 CBDR/RC 원칙 등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유엔 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약에 따른 CBDR/RC 원칙은 국가간 형평성에 근거해 자국의 개별적 역량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을 요구하며 탄소예산이나 기타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한도를 정량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탄소 예산은 기온 상승 폭을 파리협약의 목표치인 1.5도로 억제하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의 총합을 뜻한다.
(표)해외 주요 기후소송
자료=플랜 1.5
최 변호사는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위기를 초래한 국가의 법적 책임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 총회의 요청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기후체계를 보호할 국가의 의무와 ▲작위나 부작위로 기후체계레에 피해를 초래한 국가의 책임에 관한 권고적 의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랜 1.5, 헌재 결정 따른다면 ’35년 67% 감축 필요
플랜 1.5는 헌재의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따라 2035 NDC를 수립한다면 ”적어도 2018년 총배출량 대비 67%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당사국이 공인한 전지구적 감축경로에 따른 전 세계 평균 감축률 60% 보다 높은 수준이다.
플랜 1.5는 정부가 내년에 유엔에 제출할 2035 NDC는 헌재 결정이 얼마나 반영될지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라며 ”현행 2030 NDC는 부문별 배출전망과 감축잠재량 분석에 따른 상향식(bottom-up) 수립됐으나, 헌재의 결정에 따른다면 2035 NDC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지구적 감축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기여할 몫을 반영하는 하향식(top-down)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IPCC가 제시한 선진국/개도국 분류기준 전부에서 선진국 또는 최고 등급에 해당하고,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도 연간 배출량 5위, 1인당 배출량 6위, GDP당 배출량 4위로 그 책임이 막중하므로, 우리나라의 감축목표는 전세계 평균 감축률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설정되어야 CBDR/RC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2030년 NDC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선형감축경로’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며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형감축경로’는 배출량이 정점에 달하는 2018년의 배출량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연도인 2050년의 배출량을 ‘0’으로 잡고 두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해 중간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최 변호사는 이 방식이 “임의적”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축률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아야 한다는 헌재 결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적 연구 결과에 기초한 국제적 합의를 통해 형성된 1.5도 전지구적 감축 경로가 하향식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대한민국의 공정배분 몫을 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향식 접근 요구 확산
하향식 NDC 설정은 남아 있는 탄소예산을 반영해 배출량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2030년 NDC 설정에서는 주로 상향식 방법론이 사용됐다.
상향식은 잠재적인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량을 주로 고려하는 방식이다. 상향식 감축목표 수립에서는 과학기술의 개발 속도와 감축 수단 적용시 필요한 비용, 불확실성, 감축 정책과 제도 등이 고려된다.
하향식 감축목표 수립에서는 국제적 책임과 선형감축 경로, GDP당 온실가스 배출량, 인구당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주로 고려된다.
국내에서도 하향식 감축 목표 수립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플랜 1.5의 요구와 달리 주로 상향식과 하향식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지난 5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도 전문가들은 기존 NDC 산출 방식이 상향식에 치우쳐 있다며 하향식 접근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패널 토론 좌장을 맡은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는 “저도 하향식으로 탄소예산을 할당하는 작업을 해 봤다”며 “어려웠던 점이 하향식과 상향식 접근에서 교집합이 좀 있어야 하는데 교집합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2018년 36%를 차지해 18% 수준인 전 세계 사업부문 배출 비중보다 높기 때문에 단순히 인구당 배출량 등으로 접근할 때 교집합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따라서 “부문별로 하향식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ESG경제(https://www.esgeconomy.com)